2세에게 법인 지분을 넘길 때, 증여와 저가양수도 중 무엇이 유리한가
“아들에게 회사 지분 20%를 넘기려는데, 그냥 증여할까요, 아니면 싸게 파는 게 낫나요?” 경기 남부에서 금형 제조법인을 30년 가까이 운영해 온 67세 대표님이 첫 상담에서 꺼낸 질문입니다.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한 장남에게 지분을 넘기되, 세금은 가장 적게 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상담이 첫 질문에서 결론까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숫자 그대로 따라갑니다. 업종과 금액은 식별을 피하기 위해 변형했지만, 계산의 구조와 판단의 순서는 실제 그대로입니다.
첫 번째 숫자 — 넘기려는 지분의 값은 얼마인가
대표님은 “액면가로 넘기면 안 되나요”라고 먼저 물으셨습니다. 안 됩니다. 비상장주식은 거래 사례가 없으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에 따라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한 보충적 평가액이 시가가 되고, 평가 근거 없이 정한 가격은 과세관청이 다시 평가합니다.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로 평가를 돌려 보니 1주당 85,000원이 나왔습니다. 넘기려는 지분 20%는 20,000주이므로 이전 대상 주식의 시가는 85,000원 × 20,000주 = 1,700,000,000원입니다. 대표님이 창업 때 액면으로 취득한 금액은 100,000,000원이었습니다. 이 두 숫자, 시가 1,700,000,000원과 취득가액 100,000,000원이 이후 모든 계산의 출발점이 됩니다. (평가액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는 비상장주식 평가, 우리 회사 주식은 왜 그 가격인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1주당 가액을 먼저 가늠해 보려면 비상장주식 평가 계산기에 최근 3개 사업연도 순손익액과 순자산가액, 발행주식총수를 넣어 보면 됩니다.
두 번째 숫자 — 그냥 증여하면 아들이 내는 돈
먼저 가장 단순한 길부터 계산했습니다. 장남은 성년이고 최근 10년 안에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없다고 확인됐습니다.
- 증여재산가액: 85,000원 × 20,000주 = 1,700,000,000원
- 증여재산공제: 성년 자녀 10년 합산 50,000,000원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 과세표준: 1,700,000,000원 − 50,000,000원 = 1,650,000,000원
- 산출세액: 1,650,000,000원 × 40% − 누진공제 160,000,000원 = 500,000,000원 (같은 법 제56조)
- 신고세액공제: 500,000,000원 × 3% = 15,000,000원 (같은 법 제69조)
- 장남이 납부할 증여세: 500,000,000원 − 15,000,000원 = 485,000,000원
대표님의 반응은 예상대로였습니다. “아들한테 회사를 주는데 아들이 4억 8천만원을 내야 한다고요?” 그래서 두 번째 길을 계산했습니다.
세 번째 숫자 — 1,400,000,000원에 팔면 아들의 증여세는 0원
저가양수도는 시가보다 싸게 파는 방법입니다. 자녀가 시가보다 싸게 사면 그 차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5조는 시가의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까지는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이 사례에서 시가의 30%는 510,000,000원이므로 적은 쪽인 300,000,000원이 한도입니다. 시가 1,700,000,000원에서 300,000,000원을 뺀 1,400,000,000원에 팔면, 장남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금액은 (1,700,000,000원 − 1,400,000,000원) − 300,000,000원 = 0원이 됩니다. 장남의 증여세는 0원입니다.
대표님은 여기서 “그럼 이걸로 하죠”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거래에는 아직 계산하지 않은 납세자가 한 명 남아 있었습니다. 파는 쪽인 대표님 본인입니다.
네 번째 숫자 — 싸게 팔아도 아버지의 양도세는 시가로 계산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파는 거래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입니다. 소득세법 제101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167조의 부당행위계산 규정은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가 시가의 5% 또는 3억원 이상이면 양도가액을 시가로 바꿔 계산하도록 합니다. 이 사례의 할인액 300,000,000원은 시가의 5%인 85,000,000원을 훌쩍 넘습니다. 즉 대표님은 1,400,000,000원을 받지만 세금은 1,700,000,000원에 판 것으로 계산됩니다.
- 양도가액(시가로 재계산): 1,700,000,000원
- 증권거래세: 1,700,000,000원 × 0.35% = 5,950,000원 (증권거래세법 제7조)
- 양도차익: 1,700,000,000원 − 취득가액 100,000,000원 − 증권거래세 5,950,000원 = 1,594,050,000원
- 과세표준: 1,594,050,000원 − 기본공제 2,500,000원 = 1,591,550,000원
- 양도소득세: 300,000,000원 × 20% = 60,000,000원, 초과분 1,291,550,000원 × 25% = 322,887,500원, 합계 382,887,500원 (소득세법 제104조)
- 지방소득세: 382,887,500원 × 10% = 38,288,750원
- 대표님이 내는 세금 합계: 5,950,000원 + 382,887,500원 + 38,288,750원 = 427,126,250원
- 대표님에게 남는 현금: 1,400,000,000원 − 427,126,250원 = 972,873,750원
두 길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증여는 가족 전체가 485,000,000원을 내고, 저가양수도는 427,126,250원을 냅니다. 차이는 57,873,750원. 대표님은 “그래도 저가양수도가 5천만원 넘게 싸네요”라고 하셨고, 저는 그 57,873,750원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설명드렸습니다. 우리 회사 숫자로 같은 비교를 해 보려면 주식양수도·증여세 비교 계산기에 시가·취득가·거래가를 넣어 보십시오.
대표님이 멈춘 지점 — 57,873,750원의 정체
저가양수도에는 선이 두 개 있습니다. 아들의 증여세를 정하는 선은 시가의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이고, 아버지의 양도세를 정하는 선은 시가의 5%와 3억원 중 적은 금액입니다. 두 번째 선이 훨씬 낮기 때문에, 아들에게 의미 있는 할인을 해 주는 순간 아버지는 시가로 판 것과 똑같은 양도세를 냅니다. 저가양수도는 세금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사람(아들→아버지)과 세목(증여세→양도세)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300,000,000원만큼을 증여세 없이 아들에게 옮기는 효과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지분 가치가 클수록 저가양수도의 상대적 효과는 줄어듭니다. 시가가 10억원을 넘으면 할인 폭은 30%가 아니라 3억원에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17억원짜리 지분에서 3억원은 약 17.6%지만, 50억원짜리 지분에서 3억원은 6%에 그칩니다. 특수관계인 간 주식 거래에서 증여 추정·저가 양도·부당행위계산이 어떻게 겹치는지는 가족에게 주식을 넘길 때 걸리는 세 개의 법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장남의 통장 — 400,000,000원
여기서 상담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저가양수도를 하려면 장남이 1,400,000,000원을 실제로 지급해야 합니다. 장남이 동원할 수 있는 돈은 예금과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합쳐 400,000,000원 남짓이었습니다. 나머지 1,000,000,000원은 아버지에게 빌리는 수밖에 없는데, 아버지에게 빌려서 아버지 주식을 사는 거래는 과세관청이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유형입니다. 차용증이 있고, 적정 이자를 실제로 지급하고, 원금 상환 기록이 통장에 남아야 대여로 인정받습니다. 그 셋 중 하나라도 비면 1,000,000,000원은 대여가 아니라 증여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증여세 0원이라는 전제가 무너집니다.
장남 스스로도 “매년 이자를 내고 원금을 갚을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표님의 급여와 배당으로 회사에서 가져가는 현금은 이미 대표님 생활비로 쓰이고 있었고, 장남의 급여로 10억원을 상환하려면 20년 가까이 걸리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대표님 부부의 노후 — 972,873,750원의 행방
반대로 저가양수도에는 증여에 없는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표님에게 현금 972,873,750원이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대표님 부부는 회사 밖에 아파트 한 채 외에 금융자산이 많지 않았고, 앞으로의 생활비와 의료비를 생각하면 이 현금이 곧 노후 자금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현금을 쓰지 않고 남겨 두면 나중에 그대로 상속세 과세표준에 들어갑니다. 증여는 그 반대입니다. 주식이 대표님 재산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3조에 따라 10년 안에 상속이 일어나면 증여 당시 가액 1,700,000,000원이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됩니다. 67세 대표님에게 10년은 짧지 않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저가양수도냐 증여냐는 세액 57,873,750원의 문제가 아니라, 장남이 10억원을 갚을 수 있는가와 대표님 부부가 회사 밖 현금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세무 관점의 절세 포인트와 재무설계 관점의 현금흐름, 두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결정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세 번째 길을 검토하다 —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이 시점에서 세 번째 길을 꺼냈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의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입니다. 증여재산가액에서 10억원을 공제한 뒤 과세표준 120억원 이하분에 10%, 초과분에 20%를 적용합니다. 이 사례에 대입하면 (1,700,000,000원 − 1,000,000,000원) × 10% = 70,000,000원. 일반 증여 485,000,000원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대표님은 “왜 이걸 먼저 말씀 안 하셨느냐”고 하셨고, 이유는 요건과 사후관리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증여자인 대표님은 60세 이상이고 가업을 10년 이상 경영했으며 지분 40%(상장법인은 2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27조의6). 대표님은 세 가지를 모두 충족했습니다. 수증자인 장남은 18세 이상 거주자로서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가업에 종사하고, 신고기한부터 3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해 5년이 되는 시점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장남은 이미 10년 넘게 근무 중이라 종사 요건은 문제가 없었지만, “3년 안에 대표이사가 되고 5년을 유지한다”는 조건은 대표님 본인의 은퇴 시점을 못 박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사후관리 기간 5년(2023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 종전 7년) 안에 대표이사 미취임·조기 사임, 휴업·폐업, 지분 감소가 생기면 특례가 취소되고 일반 증여세에 이자상당액을 더해 추징됩니다.
두 가지를 더 짚었습니다. 하나는 상속 때의 처리입니다. 특례를 적용받은 주식은 10년이 지나도 기간 제한 없이 증여 당시 가액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되고, 대신 납부한 증여세 70,000,000원은 상속세에서 공제됩니다. 다른 하나는 사업무관자산입니다.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현금성 자산 중 사업과 무관한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특례 혜택이 줄어듭니다. 대표님 회사는 공장 부지가 사업용이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 확인은 세무사가 별도로 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이 제도는 2026년 8월 세제개편안에서 경영기간 요건 강화 등 구조 개편이 추진 중이며 국회 심사 전이라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진행 상황은 가업승계, “언제 하느냐”가 세금을 좌우한다에 계속 갱신하고 있습니다.
결론 — 둘을 섞다
최종적으로 검토한 방향은 한 가지 방법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장남이 자기 돈으로 감당할 수 있는 400,000,000원 범위 안에서는 시가 근거를 갖춘 저가양수도로 일부 지분을 매매하고, 나머지 지분은 증여로 넘기되 가업승계 과세특례 요건을 충족하면 특례를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대표님에게는 매매대금이 노후 현금으로 들어오고, 장남은 차입 없이 대금과 증여세를 나눠 부담하며, 아버지에게 돈을 빌렸다는 증여 추정 논란은 처음부터 생기지 않습니다. 지분을 두 거래로 나눌 때의 정확한 주식 수와 금액, 특례 적용 가능 여부는 세무사와 함께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첫째, 장남이 새로 과점주주가 되거나 가족 전체 지분율이 늘어나면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간주취득세가 나올 수 있습니다. 기존 과점주주 집단 내부의 이동은 다르게 볼 여지가 있어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부동산 보유 법인의 주식 이전 시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둘째, 증여받은 주식을 장남이 단기간에 팔 계획이 있다면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세를 계산하는 이월과세가 적용될 수 있어, 매각 계획은 증여 전에 함께 봐야 합니다. 장남은 회사를 계속 경영할 생각이라 이 부분은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례가 남긴 기준
첫 질문은 “증여와 저가양수도 중 무엇이 유리한가”였지만, 답은 세액표에 없었습니다. 자녀가 매매대금을 자기 소득과 자산으로 낼 수 있는가, 부모가 회사 밖 현금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가, 10년 안의 상속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자녀가 5년 이상 경영을 이어갈 것인가. 이 네 가지에 답이 나오면 증여·저가양수도·과세특례 중 어느 조합이 맞는지는 거의 저절로 정해집니다. 반대로 이 답 없이 세액만 비교하면, 57,873,750원을 아끼려다 1,000,000,000원의 증여 추정을 떠안는 일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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