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심사위원회는 ‘기술과 노하우’를 본다
올해 3월, 사무실로 두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경기 북부에서 35년째 금속 부품 가공업을 하는 A법인의 창업자인 72세 대표와, 전무로 일하는 44세 아들입니다. 대표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세무사가 정리해 준 A4 두 장이었습니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하나씩 대조한 표였고, 모든 항목 옆에 “충족”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대표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표대로면 공제는 받는 거지요? 그런데 심사위원회라는 게 생긴다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 글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A법인과 함께 진행한 작업을 순서대로 적은 것입니다. 상담 내용은 재구성했고 회사명과 숫자는 바꿨지만, 질문의 흐름과 결론은 그대로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그 A4 두 장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승계 준비의 절반밖에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표가 가져온 표 — 숫자 요건은 전부 맞았다
대표가 가져온 표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와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의 요건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개정안이 어떤 모습으로 확정되더라도 이 숫자 요건이 출발점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므로, 그 표를 거의 그대로 옮겨 둡니다.
| 구분 | 현행 요건(상증세법 제18조의2, 시행령 제15조) | A법인 |
|---|---|---|
| 대상 기업 |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5천억원 미만 중견기업 | 중소기업 |
| 피상속인 | 가업 10년 이상 계속 경영 / 최대주주로서 지분 40% 이상(상장법인 20%)을 10년 이상 보유 / 대표이사 재직기간이 전체 영위기간의 50% 이상 또는 10년 이상 | 35년 경영, 지분 68%, 대표이사 35년 |
| 상속인 | 18세 이상 /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 종사 /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 취임, 그로부터 2년 이내 대표이사 취임 / 공제는 가업을 승계하는 상속인 1인에게 적용 | 아들 44세, 입사 12년, 전무 재직 |
| 공제한도 | 경영기간 10년 이상 300억원, 20년 이상 400억원, 30년 이상 600억원 | 30년 이상 → 600억원 |
| 사후관리 기간 | 상속개시 후 5년(종전 7년에서 단축) | — |
| 사후관리 항목 | 정규직 근로자 수 매년 90% 이상, 5년 평균 100% 유지 / 가업용 자산 20% 이상 처분 금지 / 상속받은 지분 유지 / 주된 업종 변경·폐업 금지 | 직원 38명, 공장 자가 |
| 위반 시 | 공제받은 금액에 대한 상속세와 이자상당액 추징 | — |
표를 보면서 두 가지를 짚어 드렸습니다. 첫째, 가업상속공제를 받아도 상속세가 0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제는 가업상속재산에만 적용되고, 대표 개인 명의의 아파트와 금융자산 같은 일반 상속재산에는 통상의 상속세 계산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둘째, 사후관리 5년은 지나면 끝나는 기간이 아니라 매년 고용·자산·지분 현황을 증명해야 하는 기간이고, 고용유지는 특정 연도 하나가 아니라 5년 평균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표는 두 가지를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세무사가 잘 설명해 준 것입니다.
문제는 표에 없는 항목이었습니다.
되돌려 드린 질문 — “이 회사의 기술은 어디에 있습니까”
정부가 2026년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업을 “전문기술 또는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를 두어 해당 기업이 가업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6년 10월 2일 확인 기준으로 이 법률안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중이며, 확정된 법률이 아닙니다. 그러나 확정 여부와 무관하게 대표에게 이 질문은 던져야 했습니다.
“대표님, 이 회사의 기술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표는 바로 답했습니다. “우리 제품은 아무나 못 만듭니다. 35년 쌓은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그 기술을 대표님과 공장장이 내일 출근하지 않으면, 회사 안에 무엇이 남습니까.” 이번에는 아들이 대신 답했습니다. “…매뉴얼은 없습니다. 도면하고 거래처 리스트는 있는데, 공정 조건은 반장들 머릿속에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상세자료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재정경제부 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되 민간위원이 과반수가 되는 구조로 제시됐습니다. 심사 사항은 해당 기업이 가업에 해당하는지, 경영기간·사후관리기간 중 업종 변경을 허용할지, 공제대상 업종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그 밖의 가업상속공제 관련 사항입니다. 절차는 납세자가 상속세 신고와 함께 심사자료를 제출하고, 과세관청의 사전조사를 거쳐 위원회가 심사하는 방식으로 제시됐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 구조를 “요건을 갖춘 경우에도 심사위원회의 가업 해당 여부 등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공제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즉 개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되면, 대표가 가져온 표는 필요조건이 되고 충분조건이 아니게 됩니다. 표의 모든 칸이 “충족”이어도 “이 회사가 전문기술·경영상 노하우를 가진 가업인가”라는 심사가 한 번 더 붙습니다. 그리고 그 심사에서 보는 것은 대표의 머릿속이 아니라 제출된 자료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적어 둡니다.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보유해야 “경영상 노하우가 있는 가업”으로 인정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 문답자료는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향후 심사위원회 운영지침 등으로 마련해 공표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발표 당시 정부가 가업 판단과 관련된 영역으로 제시한 것은 특허권, 산업기술, 숙련기술, 영업비밀 및 이와 유사한 기술·노하우입니다. 따라서 “특허가 없으니 공제를 못 받는다”도, “35년 했으니 무조건 된다”도 지금 단계에서는 할 수 없는 말입니다. A법인에 드린 조언도 그 전제 위에서 나왔습니다.
숫자로 확인한 것 — 심사에서 걸리면 얼마가 달라지는가
대표에게 왜 지금 이 작업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세액을 단순화해서 계산했습니다. A법인 주식의 상속세 평가액을 18,000,000,000원으로 두고, 가업상속재산 외의 재산과 다른 공제는 모두 제외한 가정입니다. 실제 신고에서는 일괄공제·배우자공제·금융재산공제 등이 함께 적용되므로 아래 숫자는 공제 유무의 차이만 보여 주는 것입니다.
가업상속공제가 전액 적용되면 이 18,000,000,000원에 대한 상속세는 0원입니다. 현행 한도 600억원 안이고, 개정안대로 경영연수에 20억원을 곱하는 방식이 되어도 35년 × 2,000,000,000원 = 70,000,000,000원 한도 안입니다.
공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6조의 세율표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1억원까지 10%로 10,000,000원, 1억원 초과 5억원까지 20%로 80,000,000원, 5억원 초과 10억원까지 30%로 150,000,000원, 10억원 초과 30억원까지 40%로 800,000,000원, 30억원 초과 180억원까지 50%로 7,500,000,000원. 합계 8,540,000,000원입니다(신고세액공제 3% 반영 전). 공제한도가 600억원이든 700억원이든, 심사에서 “가업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오면 A법인 상속인이 마주하는 숫자는 85억 4천만원입니다.
대표가 처음 가져온 질문은 “한도가 600억에서 1,000억으로 늘어나면 우리에게 유리한가”였습니다. A법인의 가업상속재산은 어느 한도에도 미치지 않으므로 한도 확대는 이 회사에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영향이 있는 것은 공제의 적용 여부, 그 한 가지입니다. 이 계산을 본 뒤 대표의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면 뭘 준비해야 합니까.”
경영기간 — 30년과 20년을 같은 글에서 봐야 하는 이유
A법인은 35년을 경영했으므로 경영기간 요건은 어느 안이 확정되어도 넘어섭니다. 그래도 이 부분을 정리해 드린 이유는, 대표가 다른 자료에서 “30년으로 바뀐다”는 글을 읽고 와서 아들에게 “너는 30년 못 채우니 2세 승계 때는 공제 못 받는다”고 말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2026년 8월 3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는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을 현행 10년에서 30년 이상으로 상향하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2026년 9월 3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 법률안에는 20년 이상으로 조정되어 있습니다. 두 숫자가 한 달 사이에 공표됐기 때문에 지금 인터넷에는 두 설명이 섞여 있습니다. 현재 국회 심사 중이므로 최종 법률이 어느 쪽으로 정해질지, 또 다른 숫자가 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아들 세대의 승계는 최종 법률을 보고 판단할 일이고, 지금 단정할 근거는 없다고 정리해 드렸습니다.
여섯 달 동안 한 작업 — 머릿속의 기술을 회사의 기록으로
A법인과 합의한 작업은 세금 계산이 아니었습니다. “이 회사에 무엇이 축적되어 있고, 그것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가”를 제3자가 읽을 수 있는 문서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심사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서식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어떤 기준이 나와도 근거 자료가 되도록 회사의 사실관계 자체를 기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첫 달에는 경영 연혁을 연도별로 정리했습니다. 1991년 창업, 1998년 공장 이전, 2007년 자동차 1차 벤더 등록, 2015년 설비 교체와 같은 사실을 등기부·세무신고·거래계약서로 뒷받침해 한 장의 표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가업상속공제 심사뿐 아니라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나 비상장주식 평가에서도 그대로 쓰이는 기초 자료입니다.
둘째·셋째 달에는 공장장과 반장 세 명을 각각 인터뷰해 공정 조건을 문서화했습니다. 재료별 절삭 조건, 열처리 온도와 시간, 불량 판정 기준이 처음으로 종이에 적혔습니다. 대표는 이 과정을 보며 “이걸 적어 두면 직원이 들고 나가지 않겠느냐”고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넷째 달에는 영업비밀 관리규정을 만들고 핵심 자료의 접근 권한과 비밀유지 서약을 정비했습니다. 기술을 문서화하는 일과 그 문서를 보호하는 일은 같은 작업의 양면입니다.
다섯째 달에는 거래처 관리 체계를 정리했습니다. 상위 5개 거래처와의 거래 기간, 단가 결정 방식, 품질 클레임 이력, 담당자 승계 계획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은 대표 개인의 관계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각 거래처 담당 임원과 직접 만나는 일정을 이 달에 잡았습니다. 여섯째 달에는 직원 교육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신입 기술자가 어떤 순서로 무엇을 배우는지가 처음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여섯 가지 — 경영 연혁, 공정 매뉴얼, 영업비밀 관리규정, 거래처 관리 체계, 교육 체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묶는 사업 개요서 — 가 심사위원회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운영지침이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 작업을 하기 전의 A법인은 “35년 했다”는 사실 외에 보여 줄 것이 없었고, 작업을 마친 A법인은 “35년 동안 무엇이 쌓였는가”를 서류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두 개의 계획 — 공제를 받는 경우와 받지 못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한 일은 재무 계획을 둘로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경우의 상속세 재원 계획과, 심사에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의 계획입니다. 앞서 계산한 8,540,000,000원은 두 번째 계획이 다뤄야 하는 숫자입니다.
두 번째 계획에는 세 가지가 들어갔습니다. 상속세 연부연납으로 납부를 분산하는 방안, 대표 개인 명의 보험으로 일부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부분은 생명보험, 상속세 재원 마련에 정말 도움이 될까요?에서 다룬 기준으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상속 전에 일부 지분을 증여로 먼저 넘기는 방안입니다. 세 번째 방안은 증여 시점에 따라 세액이 크게 달라지므로 가업승계, “언제 하느냐”가 세금을 좌우한다에서 정리한 시점 판단과 함께 봐야 했습니다.
대표는 처음에 “공제 못 받는 경우를 왜 계획하느냐”고 했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공제를 전제로 모든 계획을 세웠는데 심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상속재원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두 계획을 함께 만들어 두면, 심사 결과가 어느 쪽이든 회사는 계속 돌아갑니다. 그것이 승계 설계의 목적입니다.
이 사례가 남긴 기준
대표가 가져온 A4 두 장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숫자 요건은 개정안이 어떻게 확정되어도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의 기준이 “얼마나 오래 했는가”에서 “무엇을 남기는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그 이동은 법이 확정되기 전에 준비해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심사기준이 나온 뒤 여섯 달 작업을 시작하면 상속 시점에 맞추기 어렵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일 확인 기준으로 공개된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과 국회 제출 법률안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심사 중이며 최종 법률·시행령 및 심사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가업상속공제 적용 여부는 업종, 지분구조, 경영기간, 자산구성, 상속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개별 사실관계에 대한 세무·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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