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법인 “차등의결권” 설계, 상법이 먼저 막고 있습니다 — 지분구조는 이렇게 짜야 합니다
이 글은 한 가족법인의 상담 과정을 처음 질문부터 결론까지 순서대로 따라갑니다. 등장하는 가족 구성과 상황 설정은 설명을 위한 가정이며, 본문의 금액은 계산 예시이며 세율·조문은 인용한 법령에 따릅니다.
첫 질문 — “의결권은 제가 갖고, 지분은 아이들 이름으로 두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임대용 부동산을 보유할 목적으로 설립한 지 3년 차인 가족법인의 대표님이 찾아오셨습니다(가정). 주주는 대표님 본인 한 사람이고, 자녀는 성년인 큰딸과 미성년인 아들 둘입니다.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임대수익과 배당은 자녀 쪽으로 흘러가게 하되, 회사의 의사결정권은 당분간 본인이 쥐고 있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본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해 주식 1주에 의결권을 여러 개 붙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가족법인을 만드는 이유 자체는 합리적입니다. 개인 명의로 임대소득과 배당소득을 받을 때보다 법인 단계에서 법인세율로 과세된 뒤 배당 시점을 조절할 수 있고, 지분을 나눠 두면 상속 시점에 한꺼번에 평가·과세되는 부담을 미리 분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결권은 부모, 지분은 자녀”라는 그림을 어떤 법적 도구로 그릴 것인가입니다. 여기서 세무가 아니라 상법이 먼저 걸립니다.
상법이 먼저 막는 지점 — 1주 1의결권
대표님께 먼저 드린 답은 “그 주식은 일반 가족법인에서는 발행할 수 없습니다”였습니다. 상법 제369조 제1항은 의결권을 1주마다 1개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정관으로도, 주주 전원의 합의로도 바꿀 수 없습니다. 정관에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 1주에는 의결권 3개를 부여한다”라고 써 넣어도 그 조항은 효력이 없습니다.
대표님은 “벤처기업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다고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다만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11이 허용하는 복수의결권주식은 비상장 벤처기업이 다음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누적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그중 최후 투자가 50억원 이상이어야 하며, 그 투자로 창업주의 의결권 비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황이어야 하고, 주주총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발행해도 1주당 의결권은 최대 10개, 존속기간은 원칙적으로 최대 10년입니다. 외부 투자를 받아 창업주 지분이 희석되는 벤처기업을 보호하는 장치이지, 가족 안에서 지분과 의결권을 나누려는 임대법인이 쓸 수 있는 제도가 아닙니다. 벤처기업 확인서를 받는다고 해서 가족법인이 이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님이 멈춘 지점 — 그래도 의결권을 쥘 방법은 있는가
“그럼 방법이 없는 겁니까”라는 질문에는 “차등의결권 하나로 해결하는 길은 없지만, 기존 제도를 조합하면 같은 결과에 가깝게 갈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실무에서 쓰는 도구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무의결권 종류주식입니다. 상법 제344조의3에 따라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는 배당을 받되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주고, 대표님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를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의결권 없는 주식은 발행주식총수의 2분의 1까지만 발행할 수 있습니다(상장회사는 4분의 1). 자녀 지분을 이 한도 안에서 설계해야 합니다.
둘째, 지분율 자체의 비대칭입니다. 의결권을 분리하지 않더라도 대표님이 과반을 유지하고 자녀에게는 그 아래로 지분을 넘기면 결의 자체는 대표님 뜻대로 됩니다. 가장 단순하지만, 자녀에게 넘기는 지분이 작아지는 만큼 “지분은 자녀에게”라는 원래 목적과는 멀어집니다.
셋째, 주주간계약입니다. 자녀가 특정 안건에서 부모의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약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대표님께 꼭 설명드린 한계가 있습니다. 주주간계약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는 채권적 약정입니다. 자녀가 약정을 어기고 반대표를 던져도 그 의결권 행사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 태도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계약을 위반하면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환매권이나 위약벌 조항을 함께 넣어 실효성을 보강합니다.
넷째, 의결권 신탁입니다. 자녀 명의 지분을 신탁하고 의결권 행사를 부모 또는 수탁자에게 맡기는 방식입니다. 신탁법상 제약을 별도로 검토해야 하므로 가족법인에서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보조 수단으로 봅니다.
대표님은 이 설명을 듣고 한참 멈추셨습니다. 결국 “큰딸에게는 무의결권 우선주를, 아들 지분에는 주주간계약을 붙이는 조합”으로 방향을 잡으셨습니다. 의결권 구조가 정해졌으니 이제 세무 질문으로 넘어갈 차례였습니다. 지분을 자녀에게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경로 A — 큰딸에게 보유 지분을 직접 증여하면
첫 번째 경로는 대표님이 이미 보유한 지분 일부를 성년인 큰딸에게 그대로 증여하는 방식입니다. 증여하려는 지분의 평가액은 150,000,000원이고, 큰딸은 최근 10년 안에 대표님으로부터 다른 재산을 증여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의 증여재산공제입니다. 10년 합산 기준으로 성년 자녀는 50,000,000원, 미성년 자녀는 20,000,000원, 배우자는 600,000,000원, 기타 친족은 10,000,000원까지 공제됩니다. 큰딸은 성년이므로 50,000,000원이 공제됩니다.
- 증여재산가액: 150,000,000원
- 증여재산공제(성년 자녀): 150,000,000원 − 50,000,000원 = 과세표준 100,000,000원
- 산출세액: 100,000,000원 × 10% = 10,000,000원
- 신고세액공제(3%): 10,000,000원 × 3% = 300,000원
- 납부할 증여세: 10,000,000원 − 300,000원 = 9,700,000원
대표님은 “생각보다 적다”고 하셨습니다. 공제 범위가 크고 과세표준이 가장 낮은 세율 구간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들 쪽도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여기서 두 번째 경로를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경로 B — 아들이 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싸게 인수하면
두 번째 경로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고 대표님이 신주인수권을 포기한 뒤, 미성년인 아들이 그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입니다. 겉으로는 “증여”가 아니라 “증자”이지만, 세법은 이 거래를 다르게 보지 않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9조는 증자 과정에서 신주를 시가보다 낮게 인수해 얻은 이익을 증여로 보아 과세합니다.
이 법인의 증자 전 발행주식은 10,000주, 1주당 평가액은 50,000원입니다. 신주 10,000주를 1주당 10,000원에 발행하고, 대표님이 실권한 뒤 아들이 전량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 증자 전 회사가치: 50,000원 × 10,000주 = 500,000,000원
- 신주 납입액: 10,000원 × 10,000주 = 100,000,000원
- 증자 후 1주당 평가액: (500,000,000원 + 100,000,000원) ÷ 20,000주 = 30,000원
- 아들이 얻은 1주당 이익: 30,000원 − 10,000원 = 20,000원
- 증여의제이익 합계: 20,000원 × 10,000주 = 200,000,000원
- 과세 기준금액 판정: 신주 인수가액 총액 100,000,000원의 30% = 30,000,000원. 이 금액과 300,000,000원 중 낮은 금액인 30,000,000원이 기준이며, 이익 200,000,000원은 기준을 넘으므로 과세 대상입니다.
- 증여재산공제(미성년 자녀): 200,000,000원 − 20,000,000원 = 과세표준 180,000,000원
- 산출세액: 180,000,000원 × 20% − 누진공제 10,000,000원 = 26,000,000원
- 신고세액공제(3%): 26,000,000원 × 3% = 780,000원
- 납부할 증여세: 26,000,000원 − 780,000원 = 25,220,000원
여기서 대표님이 다시 멈추셨습니다. 아들 명의로 100,000,000원이 회사에 들어오는 거래인데 증여세가 25,220,000원이나 나온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두 가지를 짚어 드렸습니다. 하나는 아들이 인수한 10,000주가 증자 후 발행주식 20,000주의 절반이라는 점입니다. 의결권 구조를 주주간계약으로 묶어 두지 않았다면 대표님의 지분율이 50%로 떨어지는 거래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성년 자녀가 신주 납입대금 100,000,000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자녀 본인 자금으로 정상가액에 취득했다면 증여세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부모가 납입대금을 대 주거나 이처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면 각각 별도의 증여 쟁점이 됩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 9,700,000원과 25,220,000원
경로 A의 증여세는 9,700,000원, 경로 B는 25,220,000원입니다. 차이는 25,220,000원 − 9,700,000원 = 15,520,000원입니다. 다만 두 경로는 자녀에게 넘어가는 경제적 이익의 크기가 다르므로(A는 150,000,000원 상당의 지분, B는 200,000,000원의 증여의제이익) 세액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가 증자가 “증여가 아니어서 세금이 없는 길”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증자 방식은 과세표준이 다음 세율 구간으로 넘어가기 쉬워 사전에 금액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표님은 이 자리에서 아들에게는 저가 증자 대신 큰딸과 같은 직접 증여 방식을 쓰고, 금액은 미성년 공제 한도와 세율 구간을 보며 조정하는 쪽으로 정리하셨습니다. 또 한 가지, “증여한 지분을 나중에 다시 상속받으면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증여 시점에 이미 자녀 명의로 넘어간 지분은 상속재산이 아니지만, 상속 개시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가액에 합산된다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지분을 넘기는 시점을 미룰수록 이 합산 기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법인이 임대법인이 아니라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었다면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을 것입니다. 가업승계 목적의 주식 증여에는 별도의 과세특례가 있는데, 요건과 사후관리가 까다로워 2세에게 법인 지분을 넘길 때, 증여와 저가양수도 중 무엇이 유리한가에서 다룬 요건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경로 C — 임대용 토지를 지금 사느냐, 설립 5년이 지난 뒤 사느냐
지분 이야기가 끝나자 대표님이 “사실 이번에 서울에 임대용 토지 하나를 300,000,000원에 사려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세 번째 갈림길이 생겼습니다. 지방세법 제13조는 과밀억제권역 안에서 법인이 본점 사업용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를 중과합니다. 유상 취득의 표준세율 4%는 실효 8%가 되고, 본점 사업용 신축의 표준세율 2.8%는 실효 4.4%가 됩니다. 이 중과는 설립 후 5년 이내인 법인에 적용되고, 5년이 지난 법인의 취득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법인은 설립 3년 차이므로 지금 취득하면 중과 대상입니다.
- 일반세율 적용 시 취득세: 300,000,000원 × 4% = 12,000,000원
- 중과세율 적용 시 취득세: 300,000,000원 × 8% = 24,000,000원
- 차이: 24,000,000원 − 12,000,000원 = 12,000,000원
대표님은 “법인 본점만 지방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지방세법은 등기부상 본점 소재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장소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서류상 본점을 지방에 두고 실제 임대사업을 서울에서 하면 중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중과가 제외되는 업종에 해당하는지는 지방세법 시행령 제26조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부동산 임대업은 그 범위에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경로 C의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12,000,000원의 추가 취득세를 감수하고 지금 매입하느냐, 매물을 놓칠 위험을 감수하고 설립 5년이 지난 뒤 매입하느냐입니다. 대표님은 2년을 기다리는 쪽을 택하셨습니다. 매물의 희소성보다 확정된 12,000,000원의 차이가 더 무겁다고 판단하신 것입니다.
결론 — 이 가족이 고른 조합
긴 상담의 결론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의결권은 차등의결권 주식이 아니라 무의결권 우선주와 주주간계약(환매권 포함)의 조합으로 대표님께 남겼습니다. 지분 이전은 큰딸 150,000,000원 직접 증여(증여세 9,700,000원)로 먼저 진행하고, 아들은 저가 증자(증여세 25,220,000원)를 접고 직접 증여로 금액을 조정해 다시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임대용 토지 취득은 설립 5년 경과 이후로 미뤄 취득세 중과 12,000,000원을 피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님이 한 번 꺼내셨다가 접은 선택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일단 제 돈으로 사고 명의만 아이들 이름으로 두면 안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은 명의신탁이 되어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옵니다. 차명주식, 가업승계 앞두고 아직 정리 안 하셨다면에서 다룬 것처럼, 실명전환 자체가 또 하나의 과세 사건이 됩니다. 그리고 이 가족법인이 앞으로 대표님의 다른 사업 법인과 거래를 하게 된다면 계열사 있는 대표라면 필수 체크 —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가 다음 점검 항목이 됩니다.
재무 설계의 관점에서 이 상담의 핵심은 “배당을 받는 사람”과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분리하는 일이었고, 그 답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기존 제도의 조합에 있었습니다. 세무의 관점에서는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경로마다 세금이 다르므로, 설계 단계에서 세액을 역산해 반영하는 것이 사후에 고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었습니다. 두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가족법인의 지분 설계는 “의결권을 어떻게 지킬까”에서 시작해 “그 구조를 만드는 데 세금이 얼마나 드는가”로 끝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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