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대표를 위한 ‘가족 보호막’ — 유족보상금 제도, 놓치기 쉬운 4가지 포인트
이 글은 비상장 제조업 법인을 20년 넘게 운영해 온 대표님의 상담을 첫 질문에서 정관 개정 결정까지 순서대로 따라갑니다. 등장하는 금액은 모두 “(가정)”으로 표시했고, 세율·한도 같은 수치는 새로 보태지 않았습니다. 사망보험금 자체의 과세 문제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고, 별도 글로 연결했습니다.
첫 질문 — “제 친구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 저희 회사에서도 벌어질까요”
대표님이 상담을 청한 계기는 같은 업종의 다른 대표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일이었습니다. 그 회사는 정관에 유족보상금 규정이 없었습니다. 회사가 유족에게 무엇을 어떤 근거로 지급해야 하는지 아무도 답하지 못하는 사이, 유족에게 먼저 도착한 것은 은행의 연대보증 채무 통지와 상속세 신고 안내였습니다. 유족은 회사에서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채무와 세금만 승계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대표님의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저희 회사 정관에도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지금 무엇부터 봐야 합니까.” 그래서 그 회사에서 벌어진 일을 세 단계로 쪼개 대표님 회사에 하나씩 대어 보기로 했습니다. 빚이 어떻게 넘어오는지, 회사가 왜 유족에게 돈을 줄 수 없었는지, 그리고 주식이 왜 재원이 되지 못했는지입니다.
첫 번째 점검 — 빚도 상속된다
먼저 대표님 개인 명의의 보증 현황을 꺼냈습니다. 회사 운전자금 대출에 대표님이 연대보증을 서 두신 것이 있었고, 보증 잔액은 400,000,000원(가정)이었습니다. 대표님은 “회사 빚이지 제 빚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개인 명의로 선 연대보증은 대표님의 사망으로 사라지지 않고 상속인에게 승계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상환하는 동안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대표 유고 뒤 회사 신용이 흔들리면 은행이 보증인에게 눈을 돌리는 시점이 바로 상속 직후입니다. 법인전환 과정에서 대표 개인이 섰던 보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아, 법인전환 시 기존 대출·리스 계약의 승계 절차에서 짚은 것처럼 어느 계약에 누구 이름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꺼낸 것은 세금입니다. 국세기본법 제39조는 법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일정 지분율을 넘는 과점주주가 부족한 세액을 대신 납부할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제2차 납세의무입니다. 대표님은 회사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이고, 이 지위는 상속으로 상속인에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님은 “그럼 아이들이 전부 다 책임지는 겁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일괄적으로 “상속인 전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속으로 각 상속인이 갖게 되는 지분율과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지 여부를 상속인별로 따로 봐야 합니다. 다만 “따로 봐야 한다”는 말은 곧 “대비 없이 두면 누가 얼마를 질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유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민법 제1028조의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채무가 재산보다 많아질 수 있다면 즉시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정승인은 일이 벌어진 뒤의 대응입니다. 상속 직후 유족 손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있어야 그다음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그 현금을 회사가 유족에게 건네는 통로가 유족보상금이고, 바로 여기서 대표님 회사의 정관이 걸렸습니다.
대표님이 멈춘 지점 — “회사가 왜 유족에게 돈을 못 줍니까”
대표님은 “회사에 돈이 있는데 유족에게 못 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대표님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82조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하면 유족에게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은 임원인 대표이사에게 당연히 적용되지 않습니다. 직원이 세상을 떠나면 회사는 법에 따라 유족보상을 지급하지만, 대표가 세상을 떠나면 회사는 “무슨 근거로 얼마를 주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합니다.
그 답을 적어 두는 자리가 정관입니다.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에서 정하지 않으면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퇴직위로금이나 유족보상금 성격의 지급도 넓은 의미의 보수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관에 유족보상금 규정이 있고 그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면 회사는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습니다. 규정이 없으면 지급 근거가 불명확해지고, 설령 지급하더라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상여 또는 부당행위로 다뤄질 소지가 생깁니다. 대표님 친구 회사가 유족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었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근거가 없어서였습니다.
대표님은 “회사 명의로 들어 둔 종신보험이 있으니 그걸로 주면 되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보험 가입과 정관상 지급 근거는 별개입니다. 법인이 계약자인 보험의 보험금은 법인에 귀속되고, 그 돈을 유족에게 지급하려면 역시 정관이나 규정상의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근거가 없으면 지급의 적법성과 손금 처리 여부가 모두 불투명해집니다. 법인이 계약자·수익자인 보험의 세무 처리는 법인 보험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 구조별 세무 처리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반대로 대표님 개인 명의로 가입한 보험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조에 따라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문제가 따로 있는데, 이 글의 주제인 정관 규정과는 다른 쟁점이어서 생명보험, 상속세 재원 마련에 정말 도움이 될까요?에서 이어서 다뤘습니다.
정관에 규정을 두면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도 물으셨습니다. 지급받는 유족 쪽에서는 업무상 사망, 즉 순직에 따른 위로금이라면 소득세법 제12조에 따라 비과세될 여지가 있고, 업무와 무관한 사망이라면 지급액이 퇴직소득으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지급하는 회사 쪽에서는 정관 근거와 합리적인 범위를 갖추면 손금 처리를 검토할 수 있지만, 금액이 과도하면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부인으로 부인될 위험이 따릅니다. 근로기준법 제82조의 평균임금 기준은 임원에게 강제되는 기준이 아니라 정관을 설계할 때 참고하는 선입니다. 그리고 금액과 근거의 합리성은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형식이 아닌 실질로 판단됩니다.
세 번째 점검 — 주식은 많은데 현금은 없다
대표님 회사는 20년 넘게 성장했고, 그 성장은 곧 비상장주식 가치의 상승입니다. 문제는 그 주식이 상속세 고지서에는 큼직하게 잡히면서도 당장 현금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에 따른 비상장주식 평가 결과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의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갖추는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데, 요건 충족 여부는 지금 점검해 둘 수 있어도 평가액은 상속 시점에 결정됩니다. 공제 요건과 사후관리의 세부 쟁점은 가업상속공제 심사위원회는 ‘기술과 노하우’를 본다에서 다뤘고, 배우자가 상속인에 포함될 때의 공제는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와 실무상 활용법에서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으면 유족은 지분을 급히 처분하거나 경영권을 내놓는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대표님 친구 회사에서 유족이 가장 먼저 받은 제안도 “지분을 넘기면 채무를 정리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유족보상금의 두 번째 역할이 드러납니다. 첫 번째 역할은 유족에게 상속세 납부와 경영권 유지 여부를 차분히 검토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고, 두 번째 역할은 법인이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을 재원으로 삼아 상속 직후의 비상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두 역할 모두 정관 근거가 있을 때만 작동합니다.
결론 — 대표님이 정관을 고치기로 한 이유
세 단계 점검을 마치고 대표님 회사의 현재 상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연대보증 400,000,000원(가정)은 상속인에게 넘어갈 수 있고, 과점주주로서의 제2차 납세의무도 지분을 받는 상속인에게 이어질 수 있으며, 회사는 유족에게 지급할 근거가 없고, 상속세 재원은 현금으로 바뀌지 않는 비상장주식뿐입니다. 친구 회사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표님은 정관에 임원 유족보상금 지급 규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정관을 바꾸는 일이므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상법상 절차를 거쳐야 하고, 지급 사유(업무상 사망과 업무 외 사망의 구분), 지급 대상 유족의 범위, 지급 금액의 산정 기준을 규정에 명시해 두기로 했습니다. 대표님이 지분 전부를 보유한 사실상 1인 법인에 가깝지만, 1인 법인이라도 상법상 이사 보수와 주주총회 결의 절차는 똑같이 적용되고, 오히려 지급 금액과 근거의 합리성이 세무 쟁점이 되기 쉬우므로 결의서와 산정 근거 서류를 더 꼼꼼히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미 가입된 법인 명의 종신보험은 이 규정의 재원으로 연결하고, 개인 명의 보험은 상속재산 포함 여부를 별도로 점검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눴습니다.
재무 설계의 관점에서 이 상담의 핵심은 “상속 직후 유족 손에 현금이 들어오는 경로를 미리 하나 만들어 두는 것”이었습니다. 세무의 관점에서는 그 경로가 정관과 주주총회 결의라는 근거 위에 있어야 손금과 비과세 여지가 생기고, 근거 없이 지급하면 회사와 유족 양쪽에서 과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유족보상금 규정은 보험 상품이 아니라 정관 조항에서 시작되는 설계입니다. 보험은 그 조항을 채우는 재원일 뿐입니다.
대표님은 상담을 마치며 “친구가 떠난 뒤에야 이걸 봤다는 게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정관 한 조항이 유족에게 채무와 세금만 남기는 회사와 시간을 벌어 주는 회사를 갈라놓습니다. CFP® 인증자격을 가진 재무설계사로서 제가 법인 대표님들께 가장 먼저 확인을 권하는 서류가 보험증권이 아니라 정관인 이유입니다.
우리 회사 정관에 임원 유족보상금 규정이 있는지, 대표 개인 명의로 남아 있는 연대보증과 과점주주 지분이 상속 시 어떻게 이어지는지 함께 점검해 보고 싶으시다면 플러스원자문그룹 상담 신청으로 정관과 주주명부, 보증 현황을 보내 주세요.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상황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운영자는 CFP®로서 개별 세무대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절세 설계는 반드시 담당자와 개별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